지역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고 하는데, 우리 도장에는 회비 밀리는 일이 많지는 않다. 밀려도 별다른 독촉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보내주시니 회비로 말미암은 스트레스는 크지 않다. B 남매를 제외하면 말이다.
B 남매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도장에 나오고 있으며 말도 잘 듣는 아이들이다. 도장에서 체험학습을 가거나 단체복을 맞추면 어김없이 신청하기도 한다. 실력은 부족해도 기합도 잘 넣고 질줄 뻔히 알면서도 대회에 참가하기도 한다. 다만, 회비가 너무 많이 밀려 있다는 것이 탈이다.
이 B 남매는 내가 이 도장을 인수하기 전부터 회비가 이미 밀려 있었다. 4~5개월이 밀린 상태에서 두세 달에 한 번씩 어머니가 오셔서 한두 달 치씩을 주고 가시곤 했다. 도장을 인수할 때 이 부분까지 모두 포함이 된 상태로 비용이 계산되었었고 그래도 가끔 회비를 주고 가시니 언젠가는 해결해 주시리라 믿고 있었다. 그렇게 2년여가 흘렀다.
지금 B 남매가 내지 않은 회비는 백만 원을 훌쩍 넘었다. 남매가 다니다 보니 한 달만 밀려도 액수가 사채 이자처럼 불어난다.
작년까지는 한 번도 독촉하지 않았지만, 회비 날짜만 되면 B 남매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액수가 커질수록 받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가만히 있을 수만도 없었다. 형편이 어려워서 그런가 싶어 아이들에게 부모님 뭐하시냐고 물으니 빵집을 하신다는 것 같았다. 다른 학원도 다니고 있다는 것도 확인하니 받아야겠다는 의지가 더 들었다.
그래서 수강료 납부 안내문에 편지를 써 보기도 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겨보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어머님께서 도장에 오셨을 때 직접 말해보기까지 했다. 하지만 편지나 문자는 무시당할 뿐이고 직접 말했을 때는 죄인처럼 "네~ 네~"만 연발하신다.
언제까지 주겠다는 말도 없고 그저 자리를 빨리 피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 역력한데 더 붙잡고 말할 용기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는 안 되지만, B 군을 불러 상담하며 너희 회비가 많이 밀려 있으니 어머니께 꼭 좀 달라고 하라는 말도 두 번이나 했다.
이 아이들을 그만 나오게 할까 싶기도 했고 B 군에게 말해놓고 아이들이 무슨 죄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계속 이대로 지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 좀 비겁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며칠 전 수강료 안내문이 나갈 때 B 남매는 전용 안내문을 아예 따로 만들어야 했다. 중간에 회비가 올랐었고 하복비가 포함되었으며, 무엇보다 어머님께서 가끔 가져다주시는 돈이 일정치가 않아서 계산이 복잡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토요일 오후…. 낯선 남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B 남매의 아버지란다. 아이들 회비가 밀린 것을 인제야 처음 알았단다. 일한다고 가정일을 잘 돌보지 못했는데 이번 달 안으로 해결해 준다며 미안하다고 한다.
나는 당연히 받아야 할 회비를 받는 것인데 그 말이 왜 그렇게 감격스러웠는지 모른다. 밀린 회비가 들어올는지는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그 전화 한 통이 어찌 그리 반가웠는지 모른다. 아내에게 얘기하니 "그 집 부부 싸움 나겠네…." 한다. 부부 싸움 나든지 말든지…. 그간 힘들었던 것 생각하면 나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근데 과연 정말 이달 안에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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