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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일지98

한결 마음 편하게.... 얼마 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아직 절반가량 잔금이 남아 있지만, 일부는 준비되었고, 나머지도 해결될 기미가 보인다. 마음고생도 하고 힘든 과정이었지만 이제 한결 속 편하다. OOO와 가족의 도움이 컸고, 그들이 없었다면 나는 만족스럽던 직장에서 나와 지금은 청년 백수로 일자리를 구하러 뛰어다니고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세상 믿을 사람 부모·형제밖에 없다는 친구의 말을 실감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고, 대출이 얼마나 힘들고 세상이 얼마나 돈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지 절실히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제 가까운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시작하는 만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중무장하여 열심히 달려봐야겠다. 지금까지는 힘들고 피곤하면 앉아서 쉬었지만 이제 정상 궤도에 올라서기 전까지는 쉬지 않고 달려보려고……! .. 2009. 7. 20.
빛을 따라 달렸더니 밝은 곳이 나왔다. 매일같이 (태권도) 선배와 친구를 만나 새벽 늦게까지 고민을 나누며 힘들어했었다. 모두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말했지만 나는 끝까지 긍정적인 생각을 놓지 않았다. 며칠 후…. 최후의 수단을 준비해 놓고 결과를 기다렸다. 멈춘듯한 시간에 한 통의 전화를 기다리는 것은 수술방에 들어간 가족의 결과를 기다리는 심정이라고나 할까? 도저히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어 갈 곳도 없으면서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뙤약볕 아래서 친구와 얘기를 나누던 중 드디어 전화가 걸려왔다.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내가 도장을 인수할 수 있게 되었다.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이 밀려왔지만 뜻밖에 태연해졌다. 곧바로 나와 고민을 나눴던 모든 이들에게 연락했다. 고민을 나눌 때와 마찬가지로 자기 일인처럼 기뻐하고 축하해 주었다. 27살에 태권도.. 2009. 7. 13.
그저 답답할 뿐... 여자친구와 헤어질 위기에 처했어도 술 생각은 나지 않았는데 요즘은 참 술 생각이 많이 나고, 지금 이 시간까지 술을 진탕 먹고 들어와 버렸다. 금요일에 모든 것이 결론 날 줄 알았는데, 그랬으면 속 편했을 텐데… 오기로 한 전화는 오지 않았다. 오늘, 날이 밝으면 전화가 올까? 그저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지인들은 최악을 대비해 준비하라지만 나는 어디 가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알딸딸한 술기운이 맴돌며 힘없는 처지에서 날이 밝으면 소식이 오기만을 바라야겠지? 참~ 괴롭다. 2009. 7. 11.
엉망진창 하늘에 구멍 뚫린 듯 비는 퍼부었고, 우산을 내팽개치고 싶은 심정으로 온종일을 보냈다. 아이들에게 온 힘을 다해야지 마음을 다잡으면서도 순간순간 나의 처지가 떠오르며 힘이 빠져버렸다. 한 줄기 빛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백방으로 달렸고, 이제 해가 뜨면 다시금 결판을 지러 나설 것이다. '어찌 될까? 어찌 될까?' 너무도 막막하고, 또 한편으로는 잘 해결되었을 때를 생각하며 설레기도 한다. 객관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본능적인 이끌림은 확률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로또를 사놓고 당첨금으로 무엇을 살까 고민하는 것과 진배없음이다. 이번 일로 나를 진심으로 도와주고 걱정해주는 이 또한 적지 않음을 확인하였기에 한편으로는 행복했다. 하지만 믿었던 사람에게 받은 배신감은 참으로 다양한 사람.. 2009. 7. 8.
예상은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 섣부른 예상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멋진 도장을 인수받을 기회는 물거품이 되었고, 이젠 이 도장에 올 때와 마찬가지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훗날 내가 어찌 될지 모르니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어찌 될지 모르기에 안타깝고 심지어는 배신감마저도 생긴다. 이렇게 된 마당에 내가 어제처럼 아이들에게 정을 쏟으며 가르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범으로서 늘 품은 작은 꿈이라면 이 아이들이 훗날 성장하였을 때… '그 사범님 참 잘 가르쳐 주셨는데… 좋은 분이 셨는데….' 하는 생각을 가슴속에 품고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나로 말미암아 내가 가르친 것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그들을 보았을 때 얼마나 뿌듯하겠는가…! 이 아이들과 헤어져야 함에 힘이 나진 않지만, 아이들에게.. 2009. 7. 7.
인생은 타이밍이라 했던가? 인생은 타이밍이라 했던가? 내 도장을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막 몰아치고 있는 시점에 한 줄기 희망이 보이고 있다. A 도장에 있을 때 B 도장으로 가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지만, 짧은 경력과 부족한 능력이라 힘들 것이라 여겼었다. 하지만 때마침 자의 반 타의 반의 기회로 B 도장으로 옮겨왔고 이제 3년을 넘어서고 있다. 이제 서른을 넘어선 나이….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려 했는데 태권도 사범이라는 직업이 걸림돌이 되어 반대에 부딪혔다. 도장을 차려 안정된 모습을 보이면 만나는 보겠다고 말씀하셨단다. 만족스러운 지금의 사범 생활을 하며 천천히 준비하려 했던 내 도장의 꿈을 시급히 펼쳐야 했다. 경력도 짧고 자본도 부족하지만, 그것을 계기로 도장도 빨리 열고 결혼도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이 밀려왔다... 2009. 6. 21.
정신없는 태권체조 배끼기 혹은 만들기 태권도대회를 준비하느라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 나는 그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토요일과 일요일을 반납했다. 부끄럽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요즘은 참 열심히 해나가는 것 같다. 아이들 또한 목에 뭐라도 하나 걸어 보겠다는 의지로 잘 따라와 주고 있어서 고맙기 짝이 없다. 나와 나의 아이들이 이렇게 열심히 하는 것은 누구와 무엇을 위한 것일까? 나는 최소한 도장을 위해서도 아니고, 아이들을 위해서도 아닌 것 같다. 그저 나의 욕심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 역시 자신의 작은 명예를 위해 뛰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각자의 욕심이 뭉쳐서 팀이 화합하고 힘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항상 초등부만 데리고 나갔던 태권체조에 이번에는 중고일반부들을 데리고 나간다. 예전부터 태권체조 하나 짜야지 하면서도 미루고 있.. 2009. 6. 18.
태권도 사범의 비애, 태권도장과 결혼 여자친구 부모님으로부터 태권도 사범이기 때문에 결혼을 허락해 줄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낙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대기업 사원과 같은 빵빵한 직장은 아니지만 내가 원해서 걸어온 길인데 직업적 비애 때문에 결혼을 반대한다니 이 역시 직업적 비애가 아닐 수 없다. 난 현재 직장(도장)의 대우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결혼을 먼저 하고, 둘이 열심히 벌어서 도장을 인수하여 잘 키워나가 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여친 부모님은 결혼은 급한 것이 아니니 도장을 먼저 차려서 잘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결혼이 삶의 질을 좌우하는 만큼 서두르지 말아야 하는 것을 잘 알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할 것이 뻔한 놈에게 딸을 주기 싫어하는 심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의 나이.. 2009. 5. 23.
스승의 날 받은 호두과자 5월 13일 평소와 다름없이 차량 운행을 돌며 아이들을 태우는데 K 군이 작은 종이가방을 가져왔다. 뭐냐고 물으니 스승의 날이라고 어머니가 사범님 드리라고 줬단다. 좀 이른 스승의 날 선물을 받고 뭔지 궁금해 아이들을 내려놓고 얼른 풀어보았다. 나는 잘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고급향수가 들어있었다. 스포츠바우처를 통해 들어온 수련생이라 좀 의외라 생각하면서도 내 돈 주고는 절대 살 수 없는 좋은 향수를 받은 것에 살짝 들떠버렸다. 다음날 2학년이지만 똑 부러지는 M 양이 큼직한 비닐을 가져왔다. 호두과자 한 상자가 들어있었다. "어머니가 주시더냐?" "아뇨, 제가 용돈 모아서 샀어요." 2학년이지만 평소 녀석의 성격으로 보아 분명 자기가 용돈을 모아서 샀을 것이다. 그래서 감동스러웠.. 2009. 5. 16.
태권도 사범이라 결혼을 반대한다. 스물아홉…!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좋아했다. 이 노래가 좋아지려는 무렵, 돌아보니 나는 이미 서른이 넘어 있었다. "결혼할 시기가 되었거나 혹은 지났거나……" 이제는 어느덧 선배와 친구는 물론이고 후배들까지, 주변엔 온통 신혼들뿐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먼~ 얘기처럼 들렸다. 가진 것이 너무나 없기 때문이다. 급격히 어려워진 가정형편으로 대학 1학년 이후로 용돈과 학비는 스스로 해결해야 했기에 작년 2월까지 학자금 대출을 갚는다고 월급 대부분을 쏟아부어야 했다. 큰 빚을 청산한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었다. 모은다고 모았지만 서른을 넘긴 나이에 지난 1년간 모은 돈은 내 또래의 그것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액수일 뿐이다. 결혼도 해야 하고 언제까지 사범으로 남아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때로는 막막함이 밀.. 2009. 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