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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일지98

일생일대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아침 8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 잠결에 낯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5년 넘게 운영해 온 홈페이지가 있는데 홈페이지를 통해 그동안 나를 쭉~ 지켜봐 오셨다며 전화하신 이유를 말씀하셨다. 울산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파트 밀집 지역 모 초등학교 앞에 건물을 신축하여 6월에 개업한다고 했다. 건물의 8층에 태권도장을 개관하고 싶은데 맡아서 운영해 볼 생각이 없느냐고 했다. 평소라면 깊은 잠에 빠져있을 시간… 정신이 확~ 깨는 소리였다. 내년에 결혼을 생각 중인데 결혼자금 마련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운데, 내 도장은 언제 차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하루하루를 연연하는 나에게 그야말로 한 줄기… 아니, 백만 줄기의 빛과도 같은 소리였다. 인테리어와 모든 준비를 해줄 테니 맡아서 운영해보라는 소리는 일면.. 2008. 5. 29.
어린이 날 태권도 논문을 읽어 내리다. 며칠 전 방명록에 비밀글로 낯익은 이름의 방문자가 내가 작성했던 급수별 띠 체계에 대해 의견을 달아놓고 갔었다. 잘못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 있으니 자신의 논문을 참고하라는 내용이었다. 어디서 본 이름인가 싶어 그가 남겨놓은 URL로 들어가 보니 TV나 각종 태권도 매체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안용규 교수님이었다. 안 교수님이 남겨놓은 URL은 다음 카페 주소였고, 카페에서 홈페이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카페와 홈페이지의 내용은 같았지만, 개인적으로 카페보다는 홈페이지를 선호하는 이유로 안 교수님의 홈페이지(AhnsTaekwon)를 살펴봤다. 띠와 관련한 논문만 보려고 들어갔다가 거기 올려진 수십 개의 논문을 모두 읽어 내려갔다. 오랜 세월 태권도학을 지도해 온 만큼 우리가 가려워하는 부분에 대해 연구한 .. 2008. 5. 5.
1년 동안 방문할 사람들이 하루만에 다녀갔다. 내가 하는 일(태권도 사범)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부족하지만 나의 노하우를 공개하며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되고, 나 스스로 작은 보람과 만족을 찾기 위해 태권마루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1년이 조금 넘게 운영하며 10만 명이라는 적지 않은 방문자가 다녀갔고, 격려의 글도 많이 받았었다. 실명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적이고 직설적인 생각을 다루고, 잘 언급되지 않은 부분까지 '나'라는 지극히 주관적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태권도 사범인 나의 수입에 대해 공개했다. 검색이나 우연한 경로를 통해 들어오는 일부의 사람들이겠지만 그것을 통해 태권도 사범의 수입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궁금증이 해소되고, 사범 지망생들에게 정보가 되고, 현직 사범이나 .. 2008. 5. 1.
여자 아이의 눈물은 참 견디기 힘들어~ ㅡ_ㅜ; 어떤 도장은 2달 전부터도 준비한다지만 나는 보통 5주 전부터 심사 연습을 시킨다. 평소에 품새 수업이 있는 날에 빨간 띠들을 바짝 쪼으기 때문에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 물론 마음에 쏙 들 만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5년을 시킨다 한들 지도하는 사람의 마음에 쏙 들겠는가.. 집중 연습 기간이 길어지면 배우는 입장에서도 지칠 것이기에 나는 대략 4~5주 전부터 시키고 있다. 황금 같은 화창한 봄날의 토요일, 다음 주에 있을 승품·단 심사에 대비하기 위해 어김없이 주말 수업을 했다. 심사까지 한 주밖에 남지 않았는데 여전히 버벅거리는 5학년 K양.. 내가 A 도장에 부임하고 처음으로 받은 수련생이다. 그래서 남다른 애착이 있다고 해야 하나.. 성격이 무척 밝아서 언제나 웃는 모습이고 말도 잘 듣는 데다가 운.. 2008. 4. 20.
너는 인대를 다치고, 나는 마음을 다치고.... 나의 수업방식은 몸풀기 - 주운동 - 보조운동 순으로 진행된다. 계획표에 따라 충실히 수업을 진행하지만 가끔은 날씨, 아이들의 컨디션, 주변 여건에 따라 수업 내용을 변경할 때도 있다. 가끔은 수업 시간(1시간)이 끝나기 전에 수업 내용을 끝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간단한 게임으로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준비된 일종의 게임이 몇 가지 있는데 어제는 닭싸움을 했었다. 보통은 학년별로 비슷한 수준의 아이들끼리 경쟁을 시키는데 종일 그렇게 하다가 초등 마지막 부(4부)에는 여학생들이 유독 많아 좀 색다르게 여성팀 vs 남성팀으로 진행해봤다. 당연히 학년이나 덩치를 고려하여 상대를 붙였는데, 평소 남학생보다 힘이나 덩치가 월등한 여학생 L이 갑자기 무릎을 꿇고 고통스러워했다. .. 2008. 3. 21.
초보 사범의 욕심 처음 사범 일을 시작할 때에는 하루하루 배워나가는 것에만 급급했는데, 어느 정도 일에 익숙해지면서 욕심이 차츰 늘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 사범 생활을 시작하며 가졌던 욕심은 새로 들어온 흰 띠 수련생을 승품·단 심사에 합격 시켜 품 띠로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첫 도장인 A 도장에서는 심사를 며칠 앞두고 다른 곳으로 옮겨오는 바람에 그것은 지금 있는 B 도장에서 새로 시작하게 되어 한~참 후에나 가능했다. 편애하면 안 되겠지만 이 아이는 다른 애들에 비해 조금이라도 더 애착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내 첫 작품인 EJ는 너무 예쁘고 태권도도 잘해서 보다 애착이 간다. 또한, 학부모와의 관계도 좋아서 내 보물과도 같은 제자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또 하나의 욕심이라면 선수를 키워보는 것이다. 열심히 .. 2008. 3. 17.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 어제 아이들을 지도하면 문득 내가 아이들에게 가볍게 보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처음 사범 생활을 시작했을 때, A 도장 관장님께서 이전 사범을 왜 내보냈는지를 설명해 주셨다. 사범은 아이들과 함께 땀 흘리며 운동하고, 아이들이 뛰어놀 때도 함께 뒹굴며 친근하게 지내야 한다. 그렇지만 무서워야 할 때는 또 아이들이 두려워할만큼 무서워질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전에 있던 P 사범은 서 있는데 아이들이 뒤에 와서 똥침을 가할 만큼 아이들에게 낮게 보여 퇴출시켰다. 사범 생활을 시작하며 들었던 말이었기에 귀에 새겨들었고, 지금까지도 나는 아이들이 나에게 함부로 행동하지 않도록 일종의 권위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가볍지 않은 존재로 각인되고 싶은 것이다. 문제는 가벼움과 무거움의 .. 2008. 2. 28.
리얼TV 에서 인터뷰를 하겠다고? 오전 수업을 끝내고 쉬고 있는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방송국이란다. 리얼 TV라는 TV프로가 있는데 아침에 하는 정보프로에서 인터뷰하러 가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PSB(부산방송)에서 예전에 비슷한 이름의 프로가 있었기에 나는 그건지 알았다. -_-;와~ 방송에 나가면 홍보가 많이 될 텐데 싶었지만, 막상 인터뷰하게 될 것을 생각하니 걱정스러웠다. 그리고 이건 관장님과 상의해야 할 문제이니 내가 결정할 사안은 아니라 확답을 하지 않으니 다른 도장에도 섭외 중이니 무조건 되는 건 아니고 연락처 남길 테니 전화 달란다. 집에 가서 곰곰이 생각해보기로 하고 잠시 접어 두었다.집에 와서 인터넷을 하며 무카스를 살펴보는데 눈에 띄는 제목 하나가 들어온다. '무술 도장, 케이블 방송 출연료 2백만 원?' 내용은.. 2008. 1. 21.
열 번을 잘해도 한 번을 실수하면 안 되지... 금요일 합숙을 했다. 지금까지는 운동하고, 인성 교육하고 게임을 하고 간식 먹고…. 도장 안에서 대부분이 이루어졌었는데, 이번 합숙에는 견학을 다녀왔다. 여기까지는 학부모나 수련생들의 호응이 괜찮았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6시에 기상하여 한 시간 동안 체조와 간단한 운동을 하고 해산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늦잠을 자 버렸다. 7시에 해산하기로 했었는데 내가 7시에 일어나버린 것이다. 이미 밖에서 기다리는 학부모들이 있었다. 자다 일어났으니 부스스한 모습! 잘 보이질 않으니 누군지도 모르고 학부모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다급하게 인사하고 아이들이 짐을 싸는 것을 도왔다. 부스스하게 늦잠 자고 일어나 다급히 아이들 짐을 싸주는 모습을 보고 학부모들이 어떤 생각을 할까? 그동안 쌓아 놓은 신뢰가 크게 훼손되는 순.. 2008. 1. 13.
수련생을 가려받아서는 안되겠지. 어제 수련생들과 체험을 다녀와서 꿀맛 같은 늦잠을 자고 일어나 잠에서 덜 깬 채로 뒹굴뒹굴하고 있는데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태권도 몇 시부 있어요?" 아무런 언급 없이 다짜고짜 하는 질문에 당황했다. 눈썰매 때문에 학부모님들이 도장으로 전화할까 봐 도장 전화를 핸드폰으로 연결해 놓고 미처 풀지 못해 도장으로 걸려온 전화가 내 핸드폰으로 연결된 것이다. 인사나 소개도 없이 다짜고짜 질문하는 것이 황당했지만.... 설명해 줄 수밖에...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00시 부가 있어요..." 옆에 친구가 같이 있었는지 친구와 의논하기 시작한다. 기다리라는 말도 없이 "야 몇 시부 있데...." 얘기하더니 친구와 소통이 잘 안 됐는지 짜증 부리며 "아~ 진짜 고등부가 아니라 중등부라니까...." 1분가량 .. 2008. 1. 5.